kict 창조신학연구소
 
작성일 : 10-06-02 08:54
느낌이 있는 시 72- 장날(관산)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7,780  
장날



내가 노래하지 않아도
내 고향 예성의 5월은
장날로부터 시작된다고 누군가 분명 노래했을 것이다
온 들의 잡초들이 부산한 힘을 내고
마스막재 넘어 친구의 점퍼에 깊은 봄 향기가 배어올 때
스스로 장날은 사과 꽃 향기와 섞여
힘찬 한 해의 뼈대를 익숙하게 준비한다

무학 시장 장류의 냄새가 보수적이듯
5월은 냄새조차 늘 보수적이다

하지만
노래는 여전히 진보가 되어야 하기에
시 쓰기는 여기서 늘 서성인다

그래도
국밥 냄새 향기에 취해 살아온 나는
5월의 장날에 당연히 취해버린다

할머니의 때 절은 손톱 속에 아이들 꽃핀이 소중하게 반짝이고
대장간 도씨 아저씨 팔뚝이 거룩한 힘줄을 뿜어낼 때
낯설어하는 몇몇 어린 강아지들과
완행열차처럼 달려온 삶의 순례의 소리들과
음식과 사람의 냄새가 서로 어울려
누가 장날처럼
거친 방황과 두려움과 슬픔과 그리움과 눈물을
너그럽게 품고 닦아줄 수 있을까

낯설고 고된
이곳에 오면 그래도 소슬 바람이
그 피곤한 순례 길 따라
다시 세상을 향해 걸을 수 있기에
장날의 만두국처럼 익숙한
사랑은 넉넉하게 여전히 박혀있다


<관산>

김현삼 10-09-03 09:51
답변 삭제  
목사님의 음성이 막 들리네요
줄줄 읽어 주시는 듯
주저 없이 물 흐르듯
아름다운 정서의 그림한장 남겨 놓았습니다.

오늘도 평안하시고 강건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김현삼 배상
최고관리자 10-09-03 21:45
답변  
김 목사님 반갑습니다.

좋은 시도 많이 쓰시고
자주 연락 주세요!

ki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