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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9-26 21:18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이원론적 계시인식론 비판(임영동 박사)
 글쓴이 :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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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이원론적 계시인식론 비판

(기독교 계시인식 모델들과 그 비판을 중심으로)

 

 

 

임영동 (샬롬교회)

 

 

 

국문초록

 

 

이글의 중심 사상은 알리스터 맥그래스(Alister E. McGrath, 1953〜)가 본 ‘신적 계시인식’에 관한 연구이다. 이 논지 안에는 중세 신학에서 이해한 초월적 계시와 자연계시, 그리고 정통 개혁주의 신학에서 이해한 일반계시와 특별계시라는 이중 계시를 통합하여 보게 하는 일원론적 계시인식론의 의미가 들어 있다. 이원론적 계시사상은 기독교 신학 안에서만 보면 별문제 될 것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이원론적 계시인식에 의한 문제는 시대마다 끊이지 않게 나타났다. 계시의 이원론은 영지주의, 범신론, 그리고 범재신론, 현대에 이르러 과정신학이라는 사상들을 낳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가장 큰 예가 바로 기독론인데, 범신론, 범재신론, 영지주의는 항상 예수 그리스도의 양성론문제를 잘못 해석하여 기독교 안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이러한 문제는 현대에 이르러 과학철학과 종교적 관념이 혼합된 예술과 문화로 나타나 기독교 신앙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과학주의와 신 다윈주의, 그리고 상대주의인 포스트모더니즘과 해체주의는 기독교 사상에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 기독교 자연신학은 아직 과학과 철학에 대한 지식이 매우 열악하기 때문에 배타적 세계관을 가지고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계시는 특별계시인 성경만이 아니라 인간, 역사, 그리고 자연을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즉 성경 안에서뿐 아니라 성경 밖에서 나타나고 있는 하나님의 계시와 연결되어 있음을 생각해봐야 한다.

이 계시 사상은 사실 기독교 신학에서 그렇게 장려되지 않았다. 이러한 태도는 상황을 좋게 만들지는 않았다. 이신론적 계시인식은 성경에서 주장하는 계시인식론을 버리고 과학적 신 인식론, 즉 이신론으로 나간 것을 말하는데, 그 결과는 다원주의적 종교와 전통들을 모두 수렴(收斂)하는 일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결과 기독교 신학은 세상의 학문과 괴리감만 더 느끼게 하였다. 기독교 계시인식론, 즉 특별계시와 일반계시를 일원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위의 문제들은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이 세상은 두 왕국이 아닌 하나님의 한 왕국으로서 세워가야 한다. 본 연구가 이 논지를 채택한 근거는 초대 교부들과 종교개혁가 존 칼빈(John Calvin)에게서 이미 신적 계시인식을 일원적 목적으로 나아간 데에서 기인되었다. 옛날에는 이러한 작업이 시대적으로 불가능 하였으나 이제는 가능하다고 본다. 맥그래스는 이원론적 계시인식을 일원론적 계시인식이라는 신학 방법론을 세워 위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따라서 본 논고는 맥그래스가 본 계시인식의 모델들을 통해서 이원론적이며 파편화된 계시인식을 일원론적으로 볼 수 있는 문을 열고자 한다.

 

 

Ⅰ. 들어가는 말

 



기독교 전통은 17세기 이전까지 신적 계시인식이라는 개념정의를 내리는 데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계시는 그것이 초자연적이든 자연적이든 모두 성경 안에 이미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자연이라는 이 세계가 하나님으로부터 나온 실재(reality)임을 성경에서 이미 선언하고 있기 때문에 성경 외의 신적 계시인식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기독교 전통과 달리, 계몽주의 시대(17〜18C)는 존 로크(John Locke, 1632∼1704)의 철학, 정치, 그리고 자연법과 뉴턴(Isaac Newton, 1642-1727)의 신 존재 인식을 과학적 바탕으로 한 실증적 접근과 기계론적 우주를 통한 신 인식을 시도한 때였다. 즉 자연에 대한 탐구를 통한 ‘실재의 정체성(identity of reality)’에 관해 논증하던 시대였다. 당시 기독교 전통과 계몽주의의 자연신학 갈등은 결국 이원론을 낳았다. 사실 고대 철학자들로부터 17세기까지 기독교 밖에서도 이층 구조인 초월적 세상과 현실적 세상에 관한 개념 정의가 확립된 것은 아니었다. 이 개념정의는 17세기 후반에 와서야 비로소 명확하게 구분됐다.

맥그래스도 잘 언급하였듯이, 합리주의 시대는 사람이 어떤 사물을 인식하는 데에 있어서 감각(감성)과 개념(이성)을 가지고 인식하며 논증하는 시대이며, 어떤 실재가 실증되거나 경험되지 않으면 그 실재는 실제로 인정받기 힘든 시대였다. 계몽주의 초기에는 자연탐구를 통한 ‘신적 존재’라는 ‘초월적 실재’까지도 증명해 내려했다. 즉 도구를 통해 관찰하는 타동적 실재론이다. 그러나 기독교 안에는 이로 인한 파장이 적지 않았다. 기독교 신학에도 만물은 어떤 신의 섭리나 간섭에 의해서 유지되는 유신론이 아니라 신과 상관없는 인과율적(因果律的) 법칙, 즉 실재의 존재에 관한 원인 규명에만 관심을 둔 이신론적 사유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시대는 무신론에 맞선, 아니 그보다 더 능가하는 이성주의적 신학을 장려하던 시대였다.

현대 무신론 과학자 리차드 도킨스(Richard Dawkins, 1941〜)는 실증(實證)없는 신앙은 진실하지 않음을 주장하면서 기독교신앙을 비판했다. 도킨스의 이러한 주장은 18세기 영국에서, 그리고 오늘날에 이르는 몇몇 입장들 속에서 영향력을 끼쳤던 실증주의 사상들로 창조교리의 특정사유 방식에 대한 강력한 도전이 되었다. 맥그래스는 도킨스의 이성적 접근방식 자체에 대해 문제 삼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유신론이든 이신론이든 유한자가 무한자를 이성적 접근 없이 인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논리가 아주 틀린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맥그래스는 도킨스의 방법론이 타동적 실재론만을 주장하는 이론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불완전하고 해결될 수 없는 무신론적 방법론이라고 비판한다. 17, 18세기 합리주의 영향으로 인한 당시 기독교 자연신학은 인간의 충족을 불러일으키는 물음으로 시작해야 했다. 즉 이 세상에 신이 정말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그 신은 어디서 어떻게 발견하고 인식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신은 인격적인 신인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무신론 과학에 맞서, 기독교 옹호론자이자 공리주의 철학자였던 윌리엄 페일리(William Paley, 1743〜1805)는 고전적 설계논증에 대한 논리적 근거로 시계공 논증이라는 유추를 사용하였다. 맥그래스에 의하면, 19세기 전반에 걸쳐 페일리의 “『자연신학』은 영국 대중들의 종교사상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기술한다. 설계논증은 기독교의 창조론과 그 맥을 같이하지만, 광의적으로는 기독교 창조론의 일반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설계논증은 나름 자연과학과 신학의 대화를 시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페일리의 시계공 논증은 그의 의도와 달리 큰 난점들 때문에 환원주의라고 비판 받기도 했다. 현대 무신론 과학자 리차드 도킨스는 페일리의 시계공 논증을 눈먼 시계공이라고 비난한다. 무신론과 이신론, 그리고 유신론이 맞물리면서 논쟁되는 근·현대(19〜20c)에 우리 기독교는 무슨 말을 내야 하는가? 필자가 보기에 이러한 기독교 변증을 시도하기에 앞서 기독교 신학 내에서의 계시론에 대한 이해와 세상을 향한 답변을 통한 변증을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필자는 맥그래스가 본 계시인식의 모델들을 통해, 파편화된 기독교 계시인식의 다양한 접근 방법을 논증하면서 맥그래스가 주창하는 일원론적 계시인식론에 대한 접근을 시도해 보려 한다.

 

Ⅱ. 본론

 

 

맥그래스는 신약성경에 나타난 그리스어 아포칼뤼프시스(ajpokavluyi"), 즉 ‘어떤 것을 가리고 있는 덮개를 제거하여 눈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라는 계시의 기본 뜻을 가지고 기독교 신학 안에서 다양한 측면의 계시 모델들을 소개 한다. 맥그래스는 그의 책,『신학이란 무엇인가?』에서 교리로서의 계시, 하나님의 현존으로서의 계시, 경험으로서의 계시, 역사로서의 계시라는 다양한 계시인식 모델들을 소개한다. 맥그래스가 소개하는 계시인식의 모델들은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을 제공하는지, 그리고 어떤 계시 신학의 문을 열 수 있는지 등을 생각하게 한다. 필자는 맥그래스가 자연적으로 자연 신학과 계시의 밀접한 관계성을 다루고 있음을 소개할 것이다. 그러나 각각의 계시 모델마다 본 연구자가 탐구한 신학자들과 맥그래스를 비교 논증하면서 전개해 나가고자 한다.

본 논고는 맥그래스가 본 ‘계시인식의 모델’을 살피고 논증하기 전 ‘계시인식의 역사’에 대한 예비적 고찰이 필요했다. 맥그래스는 ‘계시인식의 역사’에 대한 예비적 고찰을 기술한 적이 없기 때문에 맥그래스의 계시인식을 논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잘 부합하는 루이스 벌코프(Louis Berkhof, 1873∼1957)가 기술한 ‘계시인식의 역사’를 간략히 다루면서 본 논고의 서론을 열고자 한다.

 

1.  계시 역사에 대한 예비적 고찰

 

벌코프는 시대에 따라 계시의 개념과 의미, 그리고 인식을 달리하고 있음을 상세히 논한다. 벌코프는 크게 다섯 시대로 ‘계시인식의 역사’를 언급한다. 즉 원시시대, 헬라철학 시대, 17세기 후반까지의 기독교 시대, 17세기 후반 및 18세기, 그리고 19세기 시작 이후의 시대로 나눈다.

➀ 원시시대: 원시시대라 함은 매우 범신론적이다. 신이 동물 내장 안에, 또는 새의 비상하는 가운데 그리고 별자리 등을 신의 행동으로 보았고 징조로 보았는데, 벌코프에 의하면, 원시시대는 이렇게 인위적 징조 해석으로 이해하던 시대였다.

➁ 헬라철학 시대: 헬라철학시대에는 신들이 인간에게 스스로 계시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점차적으로 발견했다는 사상으로 바꾸었던 시대이다. 즉 꿈이나 환상 같은 일들을 통해서 계시되어지는 것이 아니고 고요한 사색을 통해서 얻어지는 시대이다.

➂ 17세기 후반까지의 기독교시대: 17세기 후반까지 기독교 시대에는 그동안 1600년 동안이나 이중적 계시 개념이 진지하게 검토되지 않았었는데, 이제 성경을 통해서 특별계시와 일반계시를 구체적으로 구분하던 시대이다. 하지만 문제는 분명한 경계선이 어디인가 하는 것이었다고 벌코프는 언급한다. 물론 중세의 아퀴나스는 자연계시를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고, 초자연적 계시는 삼위일체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성육신하신 하나님의 비밀을 인간에게 전해줄 수 있었다고 주장하였다. 스콜라신학은 토마스의 이러한 이층구조 때문에 계시개념을 이원론적으로 정리하게 된다.

➃ 17세기 후반 및 18세기 시대: 17세기 후반 및 18세기 시대에는 과학시대의 출발이기도한 시대이다. 벌코프는 특별계시를 희생시키고 일반계시를 강조하는 시대임을 밝힌다. 즉 이신론 및 합리주의 시대의 도래이다. 벌코프에 의하면 이 시대는 자연의 빛은 인간에게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시대이며, 기독교의 계시는 사실상 그것에 아무것도 더하지 못하고, 단지 존재이유가 있다면 스스로의 힘으로 사물들로부터 그 빛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의 빛을 “재공포”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던 시대였다고 한다.

➄ 19세기 이후시대: 이 시대에는 칸트와 슐라이어마허의 자연의 빛으로 나타나는 계시나 특별계시는 잠정적으로 초월되어 있다고 보고 존재하는 하나의 길을 인식하는 구분된 두 길로 보는 시대이다. 벌코프는 이를 기독교적으로 말하면 하나님의 내재에 관한 교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대라고 한다. 쉽게 말해서 칸트는 인간 밖의 초월적 세상은 절대 알 수 없는 영역이며 신은 인간 안에 충분한 신적인 빛을 주었다고 믿었다. 슐라이어마허도 인간 속성 안에 있는 계시는 부동의 자세에서 수동적으로 신의 계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 신을 직관할 수 있는 인간의 행위를 통해 가능하다고 보았다. 칸트와 슐라이어마허는 일반계시와 특별계시를 넘어 보다 높은 통일체로 변화시키고 있다. 벌코프는 19세기 계시사상이 헬라철학시대로 돌아간다고 평가한다. 헬라철학 사상은 근대 신학의 범신론으로 발전하게 하였다. 결과적으로 보면 17세기의 기독교를 제외하고는 모두 아래에서 위로 가는 신인식이라 할 수 있다.

맥그래스는 일반계시라고 해서 아래에서 위로 가는 신 인식만을 고집하는 것에 대하여 거부감을 나타낸다. 맥그래스는 위에서 아래로의 계시인식을 기본 전제로 한 전통적 계시인식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맥그래스는 위에서 아래로의 계시인식과 아래에서 위로 가는 계시인식을 통합한다. 즉 맥그래스에게 있어서는 이원론적 계시인식을 거부하고 있다. 맥그래스의 계시인식론을 다루기에 앞서 그가 제시한 주요 계시 모델들을 통해 문제가 무엇인지를 드러내고자 한다.




<계속>




필자 임영동 목사는

샬롬교회 담임이며 백석대에서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과학적 신학과 삼위일체적 자연신학>으로 조직신학 학위(M. Div., Th. M., Th. D.)를 취득한 알리스터 맥그래스 전문가이다.